언론에서도 인정한 사이버범죄 특화 로펌 뉴로이어
손수형 기자
sh.son@lawtalknews.co.kr
변호사들 "부작용 설명 입증이 관건"
게시글 삭제해도 처벌 가능, 캡처본이 핵심 증거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첫째 아들이 시력이 저하되고 있고 밤에 운전도 안된대요. 다 병원 책임 아닌가요?"
한 통의 격앙된 전화가 탈모 전문 의원의 평화를 깨뜨렸다. 수개월간 이어져 온 환자와의 신뢰 관계는 한순간에 무너졌고, 병원의 명운을 건 법적 다툼의 서막이 올랐다.
사건은 지난 4월부터 이 병원에서 탈모 치료를 받아온 환자 A씨에게서 시작됐다. A씨는 꾸준히 내원하며 주사 치료와 약물 처방을 받았고, 병원 측에 따르면 내원할 때마다 부작용에 대한 질문에 "문제없다"고 답했다. 그렇게 4차례의 처방이 나갔고, 7일에는 A씨의 동생까지 병원을 찾아 치료를 시작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인 8일, A씨의 어머니가 병원에 전화를 걸어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A씨의 어머니는 "왜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안 해줬냐"며 A씨의 시력 저하를 호소했고, 모든 책임을 병원에 돌렸다.
분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의 어머니는 국내 최대 탈모 커뮤니티에 병원을 비방하는 글을 두 차례나 게시했다. 병원 측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자 글은 삭제됐지만, 이미 수많은 회원이 글을 읽고 댓글까지 단 뒤였다. 병원은 모든 상황이 담긴 캡처본을 확보한 상태다.
"부작용 못 들었다" 주장하는 환자 측, 해결책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병원이 '설명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다. 환자 측은 "부작용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병원은 "문제가 없다고 안내했다"고 맞서고 있다. 변호사들은 이 지점에서 병원의 입증 책임이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의 김민지 변호사는 "병원은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증명할 진료 기록, 동의서 등을 준비해야 한다"며 "또한 탈모약 복용이 시력 저하를 유발했다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의 다른 의사 소견서를 확보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즉, 법적 다툼으로 번질 경우, '말'이 아닌 '기록'이 진실을 가릴 결정적 증거가 된다는 의미다.
삭제된 비방글, 법적 책임 물을 수 있나
환자 어머니가 인터넷에 올린 글을 삭제했다는 사실이 병원의 법적 대응을 가로막을까. 변호사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법률사무소 공간과길의 권문규 변호사는 "경솔하게 병원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 형사고소 진행이 가능하다"며 "캡처를 적절하게 잘 해 두셨으므로 민, 형사상 조치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공간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올렸을 때 성립한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윤준기 변호사는 " 공개된 온라인 공간에 특정 의원을 지목하며 부정적 내용을 게시했다면 공연성 요건은 충족된다"며 "글이 삭제되었더라도 게시 당시의 상황과 파급효과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명예훼손 결과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환자 측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글을 썼다고 주장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법무법인 유안 조선규 변호사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허위사실을 게재한 부분에 대한 명예훼손 또는 업무방해가 성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학적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시력 저하를 병원 탓으로 단정하고, 부작용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허위 주장을 담았다면 '비방 목적'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병원 평판이 걸린 문제…의료기관이 택할 최선의 대응은?
현재 병원은 환불 요구와 추가적인 금전 요구 가능성까지 마주한 상황이다. 변호사들은 감정적 대응을 지양하고, 법적 절차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인터넷의 파급력은 막대하므로 사건 발생 시 빠른 고소가 중요하다"며 "형사고소 이후 합의를 통해 보상을 받거나, 합의가 안 될 경우 민사소송으로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대응 방안으로는 ▲내용증명을 통한 경고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이 거론됐다. 특히 환자 측이 금전적 요구를 위해 인터넷 여론을 이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날 경우, 오히려 병원 측이 합의금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게 일부 변호사들의 시각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병원이 얼마나 충실하게 설명의무를 이행했고, 이를 입증할 객관적 자료를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