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도 인정한 사이버범죄 특화 로펌 뉴로이어
손수형 기자
sh.son@lawtalknews.co.kr
변호사들 "내용증명으로 기록 확보부터 시작해야"
의료과실 입증은 그다음 문제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의 악몽은 한 성형외과에서 광대 수술을 받으며 시작됐다. 수술 후 극심한 통증과 함께 턱이 벌어지지 않는 개구장애가 계속되자 다른 병원을 찾았고,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로부터 "수술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소견을 들었다. 대학병원 역시 보톡스와 스테로이드 치료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A씨는 처음 수술받은 병원으로 달려가 대학병원 소견을 알리고 수술 동의서와 진료기록 사본을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병원 실장은 "왜 우리 병원에 먼저 오지 않았느냐"며 도리어 언성을 높였고, "원장 지시"라는 말만 반복하며 진료와 기록 열람을 모두 거부했다.
"다른 병원 왜 갔냐"…환자 내쫓은 병원, 처벌은?
병원의 이러한 대응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다. 변호사들은 병원 측이 의료법의 핵심 조항을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의료법 제15조(진료거부 금지 등)는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제21조(기록 열람 등)는 환자가 자신의 진료기록 열람이나 사본 발급을 요청할 권리를 보장한다. 병원 측의 행위는 이 두 조항을 모두 어긴 셈이다.
차앤권 법률사무소의 권오훈 변호사는 "다른 병원에 먼저 갔다는 것은 진료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이는 의료법 제89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경고했다. 또한 "환자 본인의 기록 열람에 '원장 동의'는 법적 요건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의료과실' 입증의 벽…증거는 어디에?
병원의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과 별개로, A씨가 겪는 부작용이 '의료과실' 때문임을 입증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의료소송은 환자가 의사의 과실을 증명하기가 극히 어려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무법인 세담 한정미 변호사는 "수술 직후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 점, 다른 병원에서 수술의 문제 가능성을 언급한 점 등은 시술상 과실을 법원이 추정하게 할 수 있는 유리한 정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모든 진료기록의 확보'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김민지 변호사는 "의료 과실 입증은 까다롭지만, 타 병원 소견서와 원수술 병원의 진료기록을 모두 확보하는 것이 소송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병원이 끝까지 기록 제공을 거부한다면, 법원에 '진료기록 열람 및 사본 교부 가처분 신청'을 통해 강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거대 병원 상대 '나홀로 소송'…현실적 대응법은
A씨처럼 개인이 병원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것은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 변호사들은 감정적 대응보다 체계적인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을 조언했다.
우선, 변호사 명의로 '내용증명'을 보내 진료기록 사본 발급을 정식으로 요청하는 것이 첫 단계다. 내용증명은 그 자체로 법적 효력은 없지만, 추후 소송에서 병원의 부당한 거부 행위를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이후 확보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곧바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손해배상이 인정될 경우, A씨는 기존 치료비와 향후 치료비,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등을 받을 수 있다.